80대에도 걸음 빠른 ‘슈퍼 무버’, 인지저하 위험 절반…걷는 속도가 뇌 건강 신호

[2026년 9월 9일] 80세 이상 노인 가운데 평소 걷는 속도가 빠른 사람은 또래보다 인지기능 저하를 겪을 위험이 약 절반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런 사람들을 ‘슈퍼 무버(super mover)’라고 부르며, 걸음 속도가 뇌 건강을 가늠하는 간단하고 값싼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신경학회지 ‘뉴롤로지(Neurology)’에 실렸다. 뉴욕 스토니브룩 의대 신경과 조 버기스 교수 연구팀은 건강·은퇴 연구(HRS) 국제 네트워크, 롱제너티 연구, 러시 기억노화 프로젝트 등 여러 장기 추적 자료를 이용해 80대 참가자의 걷는 속도와 인지검사 결과, MRI 뇌 영상, 사후 뇌 조직 검사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걸음이 빠른 참가자는 전반적인 뇌 건강 지표가 더 좋았고, 느리게 걷는 참가자에 비해 인지저하가 나타날 가능성이 약 50% 낮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슈퍼 무버들의 뇌에도 치매와 관련된 병리 변화가 또래와 비슷한 수준으로 존재했는데, 그럼에도 인지기능은 더 잘 유지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들이 뇌 기능을 보호하는 일종의 회복력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걷기는 단순해 보이지만 균형, 시각, 움직임 계획, 근력, 감각 정보를 뇌가 동시에 조율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이다. 이 때문에 걸음 속도는 뇌와 신경, 근육, 심혈관계가 함께 잘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종합 지표가 된다. 기억력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기 전에 걸음이 먼저 느려질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전 연구들에서도 느린 걸음은 치매뿐 아니라 뇌졸중, 노쇠, 낙상, 입원, 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여서, 의도적으로 빨리 걷는 것이 치매를 예방한다는 뜻은 아니다. 걸음 속도는 뇌 건강의 결과를 반영하는 표지일 가능성이 크다. 또 관절 질환이나 심장병, 전반적 체력 등 걸음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버기스 교수는 본인이나 담당 의사가 걸음이 느려진 것을 느꼈고 기억력 걱정까지 겹친다면 정밀 진료를 받아보라고 권했다.

연구진이 권하는 생활 습관은 익숙한 것들이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고, 고혈압과 당뇨 같은 혈관 위험 요인을 잘 관리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충분히 자고,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걸음과 뇌 건강을 함께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지는 계절, 동네를 조금 더 힘차게 걷는 것부터 시작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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