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9일] 하이데저트 한인 사회에 은퇴 이후의 건강한 삶을 이끄는 등산 동호회가 결성됐다. 7월 16일 문을 연 ‘빅토밸리 등산동호회’를 이끄는 폴 김(57) 회장을 지난 20일 만났다.
에베레스트 동벽을 오른 베테랑 산악인이자 실리콘밸리를 누빈 IT 창업가, 그리고 항공우주 분야의 엔지니어. 한 사람의 인생에 새겨진 여러 궤적이 듣는 이의 흥미를 자아낸다. 현재 그는 피논 힐스(Piñon Hills)에서 조용히 반 은퇴 생활을 음미하고 있다.
동호회 회원은 벌써 20여 명으로 늘었다. 한 달에 한두 차례 격주로 정기 산행에 나선다. 고도가 높아 산소가 다소 희박한 하이데저트의 지형 특성을 고려해, 초기 코스는 3~8마일 수준의 무리 없는 구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행에만 머물지 않는다. 금광 동굴 탐사, 차량 오프로드 투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더해 인근 뒷산에 숨은 명소들을 지역 주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 지역에 살면서도 뒷산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는 줄 모르는 분이 많다”며 “회원들의 발길을 통해 그런 명소들이 새로운 이야깃거리로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낙오자 없는 산행’… 안전이 최우선
김 회장이 동호회 운영에서 그 무엇보다 앞세우는 가치는 ‘안전(Safety)’이다. 여기에는 오랜 세월 산을 오르며 조난으로 여러 동료를 떠나보낸 아픔이 배어 있다. 그는 안전 수칙과 구조 훈련을 철저히 익혀 왔고,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든 회원을 끝까지 챙기는 세심한 산행을 고수한다.
운영 방식에도 군더더기가 없다. 친목을 둘러싸고 생길 수 있는 갈등과 뒷말을 처음부터 차단하기 위해, 산행이 끝나면 별도의 뒤풀이 없이 곧바로 해산하고 경비는 철저히 각자 부담한다. 서로의 목숨을 맡기는 산에서만큼은 잡음이 끼어들 틈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확고한 원칙이다.
드라마 같은 이력
김 회장의 이력은 한 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IT 붐이 막 일던 시절 뉴욕에서 온라인 DVD·비디오 판매 사이트 ‘빅스타 닷컴(BigStar.com)’ 창립에 참여해 1999년 나스닥 상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닷컴 버블이 꺼지고 아마존 등 대형 사업자와의 경쟁이 거세지면서 회사가 흔들렸고, 그는 실리콘밸리를 거쳐 하이데저트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항공우주 엔지니어로 20년의 경력도 가지고 있다.
데날리에서 에베레스트까지, 베테랑 산악인

산에 대한 그의 내공은 하루아침에 쌓인 것이 아니다. 1991년 알래스카 데날리 등정을 시작으로, 1993~1994년 알프스의 아이거·마터호른·그랑드조라스 북벽·몽블랑을 오르고, 요세미티 엘캐피탄에서는 2003년 신 루트를 개척했다. 학창 시절 대구·경북 대학산악연맹 재학생 회장을 지낸 그는 1997년 에베레스트 북서릉, 1999년 에베레스트 동벽 등 극소수의 전문가만이 도전하는 고난도 등반을 잇따라 수행한 베테랑 전문 산악인이다. 세계의 지붕 앞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 경험은, 오늘날 그가 ‘안전’을 그 무엇보다 앞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그는 에어컨 냉동 기술 관련 일을 병행하며 조용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은퇴 의식에 갇히지 않는 등산 동호회
김 회장의 시선은 미래를 향한다. 그는 시니어 회원들이 은퇴라는 울타리에 스스로를 가두기보다, 활기차게 도전하는 등산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회원 각자의 체력과 숙련도에 맞춰 ‘짧은 하이킹’, ‘장거리 하이킹’, ‘클라이밍 전문 등산’의 세 단계 팀으로 세분화해 체계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기록 방식에서도 변화를 시도한다. AI 편집 기술을 활용해 산행 일지를 효율적으로 남기고 공유함으로써, 시니어 여가 문화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안전을 바탕으로 한 도전, 그리고 시니어들의 등산 기록. 이것이 김 회장이 그리는 등산 동호회의 밑그림이다.
문의: (213) 709-5111
폴 김 (Paul Kim) eXwin.com Technologies 대표 · 항공우주 엔지니어(20년) 1999년 빅스타(BGST) 나스닥 상장 멤버(이커머스) · 현재 피논 힐스 거주
산악 등반 경력
1991년 알래스카 데날리 등정
1992년 백두대간 단독 종주
1993~1994년 알프스 아이거·마터호른·그랑드조라스 북벽·몽블랑 등정
1994년 요세미티 엘캐피탄 등반
1997년 에베레스트 북서릉 등반
1999년 에베레스트 동벽 등반
2003년 요세미티 엘캐피탄 신루트 개척
2002~2026년 휘트니 동벽 및 시에라 암·빙벽 등반
대구·경북 대학산악연맹 재학생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