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 칼럼] 12월에 들어서며…

december-lastcalendar
벌써 한해의 마지막 달에 들어섰다.
샤핑센터마다 크리스마스장식이 들어서고 캐롤이 거리의 곳곳에서 울려퍼진다. 모두가 행복을 향하여 달려왔겠지만 행복은 언제나 저만치 멀리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12월… 어느덧 세모의 시간으로 접어든 것이다.
`세모’라는 말은 말 그대로 ‘세월이 저물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세월이 저만치 가네…’라는 노래가사도 있지만 그것은 단어의 색깔로 볼때 바깥으로 발산되기보다는 안으로 침잠하게 만드는 단어다.
한해가 저물어간다는 것,그것은 단순히 평면적인 시간의 지나감이 아니라 삶의 한장이 넘어가는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12월의 달력은 찢어지는 것이 아니라 꽃잎처럼 떨어지는 것만같은 느낌을 갖게되기도 하는것이다.
그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슬픔일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초조함일수도 있으며 올해가 지독히 힘들었던 사람에게는 차라리 ‘새로운 날의 시작’이라는 의욕을 가져다주게 되기도 한다.
우리는 연말에 자신을 반추해보게 된다.
고독한 사람이든, 아니면 언제나 누군가에 둘러쌓여있던 사람이든, 앞뒤 가리지않고 일에 매달렸던 사람이든, 한해가 마지막 고비를 넘고있는 12월의 연말 어느날인가에는 적어도 한번쯤은 자신의 지난 세월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그 돌아봄중에서 누구나 비슷하게 공유하는 감정이 상실감이다. 이민사회의 한인들은 더더욱 그렇다.
어쩐지 자신이 잊혀져가는 것만같고 또한 소중한 것을 잃어가고있는 것만같은 느낌이 뭉퉁거려져서 상실감이 가슴속에 알콜기운처럼 퍼진다.
‘모든 희망은 거짓과 위선’이라는 카뮈의 실존적 경구가 새삼 되새겨지는 것도 이때쯤이다.
바로 그때 옛친구나 지인으로부터 날아드는 한통의 카드는 첫눈처럼 반가우면서도 기쁜마음을 전해주게 된다.
물론 그 카드는 단순히 인쇄된 내용에 이름까지 복사해서 돌리는 그런 카드여서는 안될것이다.
그안에는 윤색되지않은 관심이 담겨있어야한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너무도 다양한 연말카드가 범람하지만 이메일이나 카톡보다는 육필로 적어내려간 아날로그 카드에 비할바가 못된다.
그로브 몰같은 샤핑명소나  거리 곳곳마다 명멸하는 불빛들이 그토록 화려하기만한 연말에 ‘나에겐 아무도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당신에게 내가 있다’는 한 통의 카드를 받았을때 전해질 감정이란 사실 측량하기 어렵다.
관심과 애정이란 무언가를 살아나게 하는 마력이 있어서 그 사람은 어쩌면 감정의 사막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음으로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똑같은 관심과 애정을 나누어줄수도 있게 될것이다.
올해의 마지막 달에 그리운, 또는 그리웠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느끼게되는 것은 더 뛰어난 삶도,  더 못난 삶도 없다는 것…다만 서로 다른 삶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현재를 사랑하며 건강하게 자신을, 또는 주변을 받아들이는 것…그리고 그 마음을 카드에 담담하게 담아 보내보는 것이다.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략)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던 류시화 시인의 시처럼, 이 연말에 자신의 가까운 사람에게 또는 이제는 떨어지고 흩어져 다르게 살고있는 그리운 이들에게 진정 따뜻한 관심을 담아 카드를 보내보는 것이 어떨까.

김정빈(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