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 칼럼] 사랑의 사막

어느새 가을은 깊이 들어와 버렸다.
아침과 저녁의 바람은 쌀쌀하고 따뜻한 커피향내가 친구처럼 느껴질때 그때 가을은 우리 곁에 와 있는 것이다.
계절은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들을 선물해준다.
얼마전에 한국을 방문했을때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중의 하나가 가을비를 맞으며 서울거리를 걷는 것이었다.

 

한국의 가을비는 얼마나 운치 있는가. 분주히 우산을 받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뒤로 자동차의 인주빛 불빛들은 도로에 반짝거리고 … 우리의 가슴을 적시는 거리가 거기에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그러한 계절의 축복을 느낄 여유가 없다.
아니 우리의 가슴들이 너무나 메말라서 축복이란 단어 자체를 느낄수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나 살벌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놓고 탄핵논쟁이 한창이고 한국에서는 이미 물러난 조국 장관을 두고 여전히 정쟁에 파묻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이후 줄기차게 인격과는 무관한 길을 걸어와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고 기소된 조 전장관의 부인에 관한 문제는 재판이 끝나도 여진이 끝날것 같지가 않다.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과 이민자들이나 국제사회의 공정한 분담을 이야기 한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국사태는 우리 사회의 공정과 불의에 대한 심각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고 말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그런데 왜 우리는 이렇게 공허하고 우울한 것일까.
그것은 거기에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노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부족한 인간들이며 타인을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을 먼저 돌아보지 않으면 안된다.
한발짝 물러서서 서로를 바라보고 상대방이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우리 사회의 이러한 극한대치는 피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카뮈는 세상과 인간에 대한 참을수 없는 연민이 자신으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과 공격이 아니라 자신에대한 성찰과 인간에 대한 연민이다.
요즘 놀라게 되는 것은 평소에 너무나도 괜찮은 인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던 분들이 트럼프대통령 지지문제나 조국장관 문제에서는 완전히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설명이 파고들 여지가 없는 맹목이다.

 

그래서 내리게 된 결론은 그대로 상대방을 이해해주자는 것이다.
다저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양키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어떻다는 말인가.
민주주의가 무엇인가. 합의된 결과에 승복하고 그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선거라는 절차를 통해 다른 쪽을 선택하는 것 아닌가.

 

서로 다르다고 하여 극한적으로 상대를 증오하고 비난하는 것은 실로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가 인식하며 살고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축복된 일인가.
그 삶을 사랑의 사막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남가주의 가을하늘은 높고 깊다. 가을에 다시 한번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 일이다.
김정빈[전 언론인]
[자연이 가득한 집 2019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