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함께 65년…’느림의 미학’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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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스 분재 김병희대표]

한국 분재역사 중국보다 앞서
캘리포니아 주니퍼 ‘노다지’
인간-자연 공생원리 배워야

필랜 길을 오가다 보면 미국기와 태극기가 함께 걸려 있고, 그 밑에 ‘김스 분재’라는 작은 간판이 눈에 띈다. 이 분재원을 운영하는 이가 65년 분재 인생을 걸어온 김병희(79)씨다.

김씨는 1992년 분재를 위해 필랜으로 이주한 이곳의 터줏대감이다. 그는 “필랜 인근에 캘리포니아 주니퍼가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옮겨서 분재로 만들면 모두 노다지입니다. 보는 눈이 없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혀를 찼다.
“미국의 기회의 땅입니다. 싼 땅이 있고, 물과 나무가 있으니 관심을 가지면 얼마 안가서 아메리칸 드림을 일굴 수 있습니다.”

그는 분재 사업을 알래스카를 구입한 국무장관 윌리엄 시워드의 결정과 비교했다. 가장 멍청한 거래라고 여겼던 것이 역사상 최고의 거래인 것처럼 분재도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사람들이 할 줄 모르는 것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분재의 핵심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우리의 기술로 분재시장을 장악해야 합니다. 재료는 주변에 널려있습니다.”

그는 LA 같은 복잡한 도시에서 경쟁하지 말고 비즈니스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5달러짜리가 20년이 지나면 5000달러짜리 작품이 됩니다. 분재는 20년만에 1000배 장사를 시켜줍니다. 그것도 밤낮없이 하나님이 키워주시지 않습니까? 분재는 취미의 왕입니다.”

문화의 힘을 강조한 그는 분재의 종주국이 한국이라고 특히 강조했다.
“양화소록에 ‘분재’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직간, 삭간, 분진, 사리 등 모두 한국 분재용어입니다. 더구나 1935년 발견된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 분재의 그림이 있습니다. 중국은 1972년 장희 태자 묘에서 분재가 발견되자 세계 분재학회에 보고를 하고 분재의 종주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한국의 분재는 중국보다 최소 200년 이상 앞서 있습니다.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양화소록’은 강희안이 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문 원예서다. 꽃과 나무를 기르면서 쓴 유려한 필치가 돋보이며 분재 방법에 대한 기록이 있다.

지금은 분재 클럽이 200개 이상이지만 그 당시만해도 데스칸소 본사이 소사이어티, 골든 스테이트 본사이 페더레이션, 인터내셔널 본사이 클럽 이렇게 3개 뿐이었다. 모두 일본 사람들이 주축이었고 분재가격은 엄청 비쌌다.

그래서 그는 필랜에 들어온 이듬해 미주한인 분재협회(Korean Bonsai Club U.S.A)를 설립했다. 협회는 현재까지 23년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김해농업중학교 다닐 때 원예과 선생님의 화원에서 분재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60여 년을 나무와 함께 생활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업을 하면서도 꽃과 분재에 심취했다. 미국으로 이민 온 이후에도 분재 취미는 계속되어 작품 수가 늘어나게 됐다. 그러던 중 사계절이 있고 야생 캘리포니아 향나무가 지천으로 깔린 필랜에 아예 터를 잡게됐다. 분재 공원을 만들려던 꿈은 수영을 갔던 아들의 익사사고로 물거품이 됐다. 지금은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전달하는 일이 남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 나이에 돈 더 벌어서 뭐하겠습니까? 자연과 인간의 공생 원리를 깨닫고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진 분재인들의 눈을 밝혀줄 수 있도록 ‘느림의 미학’을 정리 중 입니다.”
문의: (760)949-7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