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일군 한인터전 하루 만에 사라졌다

138화재3.jpg소방헬기가 천스배 농장의 작은 연못에서 물을 채우고 있다.

138화재2.jpg자동차의 쇳물이 녹아나올 정도여서 불길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화마가 휩쓸고간 참혹한 현장.

[화마 덮친 카혼밸리 한인피해 르포]

필랜 인근 카혼패스 ‘불루컷’ 산불로 한인들의 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화마가 휩쓸고 간 현장은 참혹했다. 18일 오후 138번 도로 주변에는 불탄 조수아트리 아래 곳곳에 불씨가 남아 있었고 매케한 냄새가 진동했다. 마치 외계의 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전봇대가 불 타서 넘어지고 불탄 자동차 아래로 쇳물이 흘러 나올 정도여서 불길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한인교회 필랜가든처치는 부속 12채 건물이 완전 초토화됐다. 2층짜리 본채 주택을 제외한 부속 건물들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앞길이 막막한 실정이다. 사모 박인자(47)씨는 남편(박형용 목사)을 여읜 지 석달 만에 큰 재난을 당했다. 박씨는 “보험이 없어 대책이 막막하다. 시부모님, 친척 등 13명이 함께 거주했었는데 앞일이 걱정이다. 모빌홈이라도 갖다 놓고 일단 숙소로 사용할 계획이다. 태양은 내일도 다시 뜬다는 생각으로 새출발 하겠다”며 슬픔을 억눌렀다. 집이 불탄 천스배 농장의 주인도 근래에 남편을 여읜 미망인이어서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빅토밸리 한인상의 김한수 회장은 “‘구름이 머무는 곳’을 필두로 30여년 동안 가꾼 카혼밸리 한인커뮤니티가 거의 사라져버렸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 회장은 “일단 길이 오픈 되면 개인들의 피해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직 인명피해는 없는 듯해 다행이다. 스스로 복구할 능력이 없는 딱한 처지의 한인들을 커뮤니티 차원에서 돕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천스배 농장, 피터 박씨 주택, 전찬민씨의 주택, 대관령, 김기자씨의 집 등도 전소됐다. 조셉스팜은 부분 소실됐다. 역시 일부 불에 탄 벧엘농장 정성식씨는 “이 지역은 소화전이 없어 전기가 빨리 복구돼야 할 텐데 걱정이다. 전기가 나가면 물을 사용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번 화재에서 대추나무가 방풍림과 방화벽 역할을 해 대추나무 농장이 있는 집들은 큰 피해가 없었다.

○…화재 지역 한가운데 있으면서 전혀 피해가 없는 집도 있었다. 수녀원, 피정의 집, 강신원씨의 집은 온전히 남았다. 당초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던 열린문기도원 건물은 화재 손실을 입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138번과 2번 교차로 정상에 있는 한인 제니 리씨가 운영하는 마운틴탑 카페는 불길 한가운데에서도 전혀 피해가 없었고 영업을 계속. 이 업소에서는 소방관들에게 커피를 제공하고 주요 TV, 신문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도록 현지 미디어센터 역할도 했다. 알코올 마약 중독자 선교를 하는 햇빛재단의 김영일 목사는 집이 소실되지 않아서 대피하지 않고 화재지역에 남아 주변을 돌아보고 있다. 37에이커 부지의 나무는 거의 불탔다.

○…대피 주민들은 필랜 사거리에 있는 맥도널드 등에 모여 피해상황과 산불 진화 소식을 교환하며 서로 위로. 필랜 주민들은 LA친척이나 지인들로부터 안부 전화를 받느라 전화통에 불이날 정도. 수백 가구에 달하는 대피 한인들은 적십자사에서 운영하는 헤스페리아에 있는 셸터(Sultana High School. 17311 Sultana St.)로 이동했다가 친척과 지인들 집으로 옮겨가거나 세컨드홈으로 임시 거처를 옮기고 있는 상태다.

○…18일 오후 현재 불길은 오크힐 남쪽, 필랜 서쪽, 라이트우드의 2번 도로 쪽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필랜로드는 대피지역으로 지정됐다. 필랜로드 길의 십크리크 로드로의 진입은 막혀 있으며, 필랜로드 길에서도 남쪽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모두 통행금지 상태다.

필랜=이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