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중요성 깨닫고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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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농부 이근우 수연씨 부부]

“사막에서 뭐 먹고 살아?” 필랜 주민들이 자주 듣는 질문이다. 필라델피아에서 2년 전 이주하여 이곳에 자리잡은 이근우, 수연씨 부부는 “유기농으로 야채 재배해서 밥 먹고 산다”고 우문에 현답했다. 한국에서 귀농 바람이 거센 것처럼 미국에서도 젊은층의 귀농바람이 일고 있는걸까. 40대 부부는 은퇴플랜으로 농업을 선택했다. 그들은 공기 좋고, 집 값 싸고, 땅을 일굴 수 있는 곳은 필랜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5에이커 부지에서 인생이모작을 꿈꾸는 1.5세 초보농부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 농사를 짓게 된 계기는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먹거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돈 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이다. 공기 좋은 곳에서 스트레스 없이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했다. 자급자족을 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땅이 넓어 가족이 먹을 것을 직접 키워 먹으면서 부모님을 모시기에도 최적이다. 장모님도 우리 집에 오시면 비닐하우스로 먼저 달려간다.

– 농사는 지어봤나
고구마를 감자처럼 조각을 내서 심을 정도로 농사에 문외한이었다. 고구마는 줄기로 심는다는 것을 한 해 농사를 허탕치고 나중에 알았다. 인터넷으로 배워가지만 시행착오는 각오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에서 이사 갈 지역을 고를 때 뉴욕의 맨하탄이 1순위일 정도로 농촌과는 거리가 멀었다. 땅과 부대끼면서 이곳에 정이 들었다. 지금은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야채를 나누어 먹을 수준은 된다.

– 최근 귀농인들에게 반은 농사 반은 다른 수입으로 사는 ‘반농반X’ 개념이 뜬다. 먹고 사는 ‘반X’는 뭔가
아내가 재택근무한다. 헤드 오피스가 동부에 있기 때문에 아침 5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한다. 방 하나를 아예 홈 오피스로 개조해 사용한다.

– 그동안 들어간 경비는 얼마나 되나
울타리 치고 나무 심는데 2만 달러가 들었다. 대추 80그루, 매실 350그루를 포함하여 약 850그루의 나무와 채소를 키운다. 관개 작업, 비닐하우스 4동 설치 등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다. 2년 간 총 5만 달러를 투자했다.

– 그동안 수입은
아직 농산물 판매 수입은 없다. 투자하고 배우는 기간이다. 농사는 3~4년 수익이 없는 롱텀 비즈니스다. 나도 이곳에 오기 전 비즈니스를 여러 개 했었다. 돈 벌이가 주 목적이라면 도시에서 사는게 효율적이다.

– 도시농부를 원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인터넷만 있다면 뭘 못하랴. 스트레스 심한 도시를 벗어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농업은 새로운 도전의 장이 될 수 있다. 에너지가 필요한 비즈니스라서 오히려 젊은층에 적합하다. 농사 이외에도 천연비누 제작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주류사회로 파고 들면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 향후 계획은
농산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 소비자와 생산자의 직거래 유통을 계획하고 있다. 케일, 도라지 등 야채 농사를 주로 지을 것이다. 농사 비즈니스라도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싶지 않다. ‘농장’으로 등록하고 제대로 할 것이다. 함께 가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중앙일보 빅토밸리면 2016년 5월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