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Moon night
일반적으로 흙으로 빚어 구운 것을 도자기라고 부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도자기란 도기와 자기를 합성해서 부르는 말이다.
도기는 섭씨로 1250도 이하로 소성한 것이고, 자기는 그 이상 의 온도로 소성한 것을 말한다. 도기보다 더낮은 온도로 구운 것은 토기 라고 한다. 그러니까 기물을 소성하는 온도에 따라 토기, 도기, 자기로 구분한다.
토기는 낮은 온도로 소성 하므로 다공질이며 흡수율이 높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것으로 화분 종류가 그러하다. 도기는 낮은 흡수율이 있으나 유약을 덮어 씌우므로서 흡수율을 방지한다. 자기는 유약과 관계없이 기물 자체가 소결되어 흡수율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이곳 미국이나 멕시코를 여행하다보면 흔히 볼수 있는 붉은색 항아리는 토기 범주에 속하며, 유약이 칠해진 항아리들은 유약을 녹히기 위해 좀더 높은 온도로 소성하였을 것으로 본다. 그것은 도기라 할수 있다.
우리나라 한반도에서는 구석기시대 약 서기 5천년 전부터 토기를 만들어 사용해 왔다. 특히 가야 토기 중에는 섭씨 약1100도로 소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질토기가 있다.
또한 요즘은 과학과 산업의 발달로 낮은 온도로 소성해도 소결되도록 점토와 낮은 온도에서 녹는 유약도 개발된지 오래되었다.
토기, 도기, 자기 는 나름대로의 각기 다른 맛(?) 이 있다.
-도예가 김성일(예술사랑 대표)
작품명: Beautiful windy day
토련기란 도자기 만드는 점토를 반죽하는 기계이다.
꼬박 미는 수고를 대신해 주는 고마운 물건이다. 점토속의 공기를 제거해 주는
진공 토련기도 개발 된지 오래 되었다. 굳어진 점토와 적당량의 수분을 섞어
넣으면 점토가 말랑말랑 하게 되어 나온다.
꼭 가래떡 같다.
옛날에 어머니는 쌀을 불려 머리에 이고 동네 방앗간에 가서 가래떡을 만들어
오셨다. 말랑말랑한 가래떡을 꿀 또는 간장을 찍어 맛있게 먹었다.
가래떡이 적당히 굳으면 식구들이 둘러 앉아 오손도손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며 떡썰기를 했다. 이야기 웃음꽃이 피는 동안 가래떡은 떡국떡으로
변해 있었다. 그때가 그립다.
이제는 가래떡을 꿀, 간장에 찍어 먹거나, 연탄불에 구어 먹는 낭만(?) 도 찾아
보기 힘들다.
세상이 급변 하니 빠르고 새로운 것 쫒아 가기도 바쁘다.
차세대 아이들은 더욱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러나 그들
나름대로의 좋은 추억과 인간미 넘치는 그 무엇(?) 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세상은 계속되리라 믿으며, 나는 오늘도 추억의
토련기를 열심히 돌린다.
-도예가 김성일(예술사랑 대표)
작품명: 불타는 행성 (Burning Planet)
사람은 누구나 소망을 가지고 산다.
“간절한 꿈은 이루어 진다” 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사과나무 밑에서 그것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면 과연 몇 개나 얻을 수 있을까?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래 전 이야기다. 내가 처음 도예의 길에 입문 했을 때이니까 약 47 년 전이다. 경기도 여주에 있는 전통 가마터에서 나의 도예가의 꿈은 시작 되었다.
처음에 도자기 만드는 틀 “물레”에는 얼씬도 못했다. 허드렛 일부터 해야 했다. 그곳에는 청자방과 백자방이 따로 분리 되어 있었고, 물레대장도 두사람 조수도 두사람이 있었다.
조수는 주로 “시다” 또는 “시다바리”라고 불렸다.
시다는 물레대장을 도와 만들어진 기물을 옮기고 ‘꼬박'을 밀어 물레대장에게 준다. 꼬박 밀기란 점토를 양손으로 반죽하여 점성을 높이고 기포를 제거하여 물레차기에 좋은 상태로 만드는 일이다. 꼬박 미는 일은 힘든 노동 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밥도 많이 먹었고, 일과 후에는 막걸리도 흠씬 마셨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꿈이 있었다. 언젠가는 대장이 되는 것이었다.
물레대장이 일을 마치고 자리를 비우면 비로소 시다는 물레에 앉아 사발, 항아리 등을 만드는 연습에 몰두 헀다. 나는 시다를 하면서 배웠다.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그들도 분명코 물레대장이 되어 사기장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을 것이다.
-도예가 김성일(예술사랑 대표)
모터사이클링하기에 좋은 날이었다. 미국인 친구가 산타바바라까지 달리자고 했다. 모처럼 바닷바람을 쐬며 복잡하던 생각들도 털어내고 신선한 작품구상으로 아이디어도 리필할 겸 함께 오토바이를 타기로 했다. 필랜에 있는 도너츠 샵에서 만나 쌉쌀한 아메리카노 커피에 달콤한 도너츠를 먹었다. 환상의 궁합이었다.
왼쪽에는 엔젤레스 포레스트 오른쪽에는 드넓은 사막이 펼쳐져 있는 도로를 달렸다. 산길로 접어드니 체리밭이 풍요로웠다.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산등성이에 전원주택들이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였다.
엘리자베스 레익에는 물이 가득하다. 필모어로 가는 길로 들어서니 농장들의 나무는 푸른 잎이 무성하고 과일들이 무르익고 있다. 101 프리웨이를 만나니 태평양 바다가 보인다.
바람은 시원하고 햇볕은 적당히 따사로웠다. 고풍스런 산타바바라에 당도하여 고즈넉한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었다.
친구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낸 후, 귀가길에 올랐다. 101 프리웨이 사우스를 타고 집을 향해 달렸다. “억” 하는 순간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오토바이와 함께 공중제비를 하고 내동댕이 쳐졌다. 깨어보니 병원 응급실이었다.
의사 간호사들이 여러가지 검사를 하느라 분주했다. 목에는 갑옷같은 기브스를 채워놓고 몸은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음식은 고사하고 물도 주지 않았다. 내출혈이 있는 지 검사 중이었다.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다행히도 큰 부상은 없었다.
함께 달렸던 친구가 사고현장을 사진 찍어 나중에 내게 보내주었다. 기적같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나를 돕고있는 도우미들이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바로 그들이 나의 수호천사들 이었다.
요즘 만드는 천사 작품을 통해 또 한번의 기적을 본 것이다. 좀더 열심히 작품 만들기에 열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예가 김성일(예술사랑 대표)
요즘 나는 천사를 만들고 있다.
종교적인 개념이나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사람을 생각하며 그들을 만들고 그것에 걸맞는 날개를 다는 것이다. 어느덧 황혼의 나이가 되어 뒤돌아 보니 지금까지 살아 오는데 참 좋은 사람들의 도움이 많았다. 그들이 나의 천사들이었다.
참 좋은 그들을 하나씩 만들며, 다시 고마운 마음을 담아, 날개를 단다.
1단계 작업은 점토로 형상을 빚어 바람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천천히 건조시킨다. 완전히 건조된 작품을 섭씨 900도로 초벌구이하여 유약을 입혀 재벌소성한다.
때로는 더 높은 온도로 초벌구이하여 아크릴릭으로 색상을 입히고 레진 코팅으로 마무리하여 재벌소성을 대신 하기도 한다. 또 다른 피니쉬의 맛을 내기 위함이다.
2단계 작업은 재벌소성된 인체 작품 위에 철근을 휘고 구부리고 용접하여 옷을 만들어 입힌다. 3단계 작업은 작품과 잘 어울리는 날개 형태를 제작하여 작품에 붙인다. 4단계 작업은 아크릴릭으로 옷색깔을 내고 금분 또는 은분으로 날개에 채색한다. 비로소, 추억 속의 좋은 사람이 나의 천사로 거듭나는 아름다운 순간이다.
작품명 : Spring Angel
산중의 봄은 4월 말이나 되어야 온다. 성급히 봄 꽃을 심고, 씨를 뿌렸다가 서리 맞고 돌아가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제 비로소 봄이 온 듯하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오고 비도 꽤나 내렸다.
오랫만에 집사람이 운영하는 도예교실 취미생들의 작품들을 재벌 소성하기 위해 불을 지폈다. 그동안 많이 내린 비로 가마가 젖어서인지 온도가 잘 오르지 않는다. 가마에 김이 무럭무럭 피어 오른다.
어린시절 버스 정류장 앞의 찐빵집이 생각난다. 추운 겨울날 찐빵 찌는 가마솥에서는 김이 무럭무럭 나며 맛있는 찐빵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그 구수하고 달달한 찐빵 냄새를 잊을 수 없다.
찐빵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도자기 가마의 굴뚝에 불기둥이 솟는다. 이제 환원을 걸어야 할 시간이다. 가마 안의 온도가 약 1000도(섭씨)가 되었을 때 굴뚝 댐퍼를 조금 닫아 산소의 유입량을 줄여서 불완전연소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필요한 산소를 도자기 태토와 유약에서 빼앗는다. 그 결과로 예쁜 색상의 도자기가 탄생되는 것이다. 마치 예쁘고 탐스럽고 맛있는 찐빵처럼…
-도예가 김성일(예술사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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